거문고이야기

  악기는 일반 공예품과 달리 소리의 기능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제작의 전 과정이 음색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할 전통기술이 있다. 제작도구와 재료의 선택적 사용은 장인의 경험을 통해 오랜 세월 체득된 감각기술이다. 
  자연의 재료를 선택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그 재료를 적절하게 가공하기 위한 2차 작업까지 모두 중요하다. 2차 작업이란 악기의 경우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시켜 장기간 나무를 삭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오동나무를 자연에 오래도록 건조시켜야 하는데, 최동식은 기와지붕의 골을 활용해서 그 위에 널어둔다. 적당히 건조된 나무는 “써금써금” 썩게 된다고 한다.
   울림통은 반드시 둥글게, 그것도 한쪽 방향으로 약간 기울여서 깎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그것은 깊은 소리를 내도록 하며 악기의 수명을 길게 하고, 줄(현)의 장력을 높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무에 옹이가 있는 쪽을 얇게 깎아 악기를 만들었을 때 더 좋은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한 그의 감각기술이다.

   안족은 단단한 나무로 기러기발처럼 만들었다는 이유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문고는 안족이 3개 필요하다. 안족은 거문고의 문현과 무현, 괘하청의 현을 거는 장치임으로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단한 나무를 칼로 깎으려면 힘이 들기 때문에 결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깎는다. 
   거문고는 남성의 악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남자 성기의 생김새와 유사하게 표현을 하고, 이와 상대적으로 가야금의 안족은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을 형상화하였다. 이를테면 기계로 대량생산하는 체제에서 가야금과 거문고의 안족을 구분 없이 사용하는 악기장도 있지만, 최동식은 반드시 손수 거문고 안족에 독특한 문양을 표현한다. 이것은 마구리 문양, 귀 모양, 현침두께, 투박한 봉미모양과 함께 전체적으로 남성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구조를 완성시키기 때문이다.

   최동식은 거문고 제작 과정 중에서 괘 만들기 작업을 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괘를 만들 때는 먼저 제1괘와 제16괘를 규격에 맞게 만든 다음 나머지 열네 개의 괘는 그 안에 들도록 높낮이와 크기를 조절한다. 괘를 깎고 양면을 비스듬히 둥글려 완성하면 거문고 줄을 하나 걸고 순서대로 붙인다. 괘는 음정과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괘를 붙이는 위치와 간격을 정확히 배열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본을 대고 괘를 붙일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괘를 붙일 때는 유현을 기준으로 먼저 제1괘를 붙이고 차례대로 제16괘까지 붙인다. 제 1괘를 눌렀을 때 제2괘가 닿지 않고, 제 2괘를 눌렀을 때 제3괘가 닿지 않는 식으로 붙여야 연주에 따르는 잡음을 줄일 수가 있다. 괘를 붙인 다음 사포질을 하여 마무리 한다. 괘의 윗부분은 소뼈로 장식을 하기도 한다. 괘는 주로 단단한 대추나무를 사용하는데, 없을 경우에는 돌배나무, 장미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거문고는 연주자가 현(줄)을 당기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계속 한 방향으로 미는 힘이 가해지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울림통을 처음 제작할 때부터 힘이 가해지는 반대방향으로 기울여서 제작한다. 이 기울기의 각도는 전적으로 숙련된 장인의 감각기술에 의해서 좌우된다. 왜냐하면 원재료인 나무의 건조 상태와 두께 정도에 따라서 장인의 촉각과 시각적인 경험이 동원되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기울기의 정도가 표준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괘를 붙일 때는 직접 줄을 걸면서 괘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때문에 줄 거는 단계와 동시에 진행된다.  
   괘는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음정을 내거나 줄을 밀고 흔들며 다양한 표현을 할 때 힘이 가해지는 부분이므로 강한 재질의 나무를 써야 한다. 그리고 정중앙이 아닌 한쪽으로 기울여서 붙이는데, 이것은 연주하기 편한 조건이 된다.


   거문고를 제작할 때 나무별로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잘 알고, 그 쓰임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거문고 자체가 평면적인 악기가 아닌 곡선의 형태를 띠는 악기이기 때문에 모든 공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침을 하나 완성해서 거문고에 붙이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거문고 울림통(몸통)에 수차례 대보고 다시 들어맞지 않는 부분을 끌과 사포로 다듬고 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해야만 한다. 기계가 도입되어 몇몇 부위의 재료를 재단하는 일이 보다 쉬워졌지만, 여전히 악기장의 손을 여러 번 거쳐야 하는 공정이 많은데 현침 다듬기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울림통과 같은 넓은 부위는 다듬는 기계를 이용해서 할 수 있지만 움푹 파인 모양을 하고, 비교적 작은 크기의 현침은 직접 손으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현침을 발로 고정하고 다듬었는데, 이제는 “현침 받침”을 직접 발명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운족 모양 틀”, “봉미 모양 본” 등도 직접 제작 고안하여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전북대 무형문화연구소 [ichpedia] 글에서 전재(全載)함 -
http://www.ichpedia.org/HumanTreasures/?Hid=07